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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청년의 다양한 지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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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독자적인 기준

블로클로 2020. 9. 1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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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독자적인 기준

일반적인 학문분야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것과 서구의 것을 비교할 때 흔히 동서문화,동서철학,동서양건축,동서양예술 등으로 표현된다.

즉 동과 서로 구분한다. 하지만 의학에서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대등하게 비교하여 말할 때에는 동서라는 표현보다 보통 한방과 양방이라는 표현을 쓴다.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약칭할 때, 한방과 양방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중국에서 유래한 의학을 한방이라 부르고 네덜란드를 통하여 소개된 서양의학을 란방이라 불렸던 일본의 영향 때문이라 보여 진다. 혹은 우리 일생 생활과 관련된, 특히 의식주 분야에서 우리 고유의 것에는 '한',바다를 거쳐 유입된 외래의 것에는 '양'을 붙여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복과 양복,한식과 양식,한옥과 양옥 등의 예를 볼 때 우리의학이라는 의미로 한의학,외래의학이라는 의미로 양의학을 쓰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에 비해 동도서기,서세동점 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외래문화를 수용한 중국에서는 전통의학과 서구의학을 중의와 서의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구분하고 있는데, 비록 구체적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그 의도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한의학의 현대화란 목적으로 한의학 고유의 단어나 개념을 서양의학적으로 해석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제시하고, 서양의학과는 전혀 다른 한의학 고유의 학문 기준과 개념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만 유의할 것은 이 장에서 다루는 내용 중에는 그 범위가 인체에 국한되지 않고 우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서양 의학이 다른 변수가 작용하지 않도록 연구 대상의 범위를 인체로 한정하여 탐구하는 반면,한의학은 동양권의 다른 학문들과 마찬가지로 그 연구대상인 인간이 결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함께 존재하는 모든 대상과의 상호연관성을 고려하여 탐구하기 때문이다.

육안적 관찰과 직관

사물을 관찰함에 있어서 관찰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혹은 어떤 도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에 많은 차이가 나므로 관찰 결괄ㄹ 객관적으로 표현할 때 관찰 범위와 도구를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의학에서 인체와 질병을 관찰하는 방법이나 기준은 인간의 감각에 의존하는 경우와 기계적인 도구를 이용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기계적인 도구를 이용한 관찰은 인간의 감각범위를 초월한 정밀성과 높은 재현성 때문에 객관성확보의 중요한 수단으로 발전하여 왔다. 특히 서양의학에서는 육안해부학에서 출발하여 전자현미경을 사용하여 세포단위를 관찰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관찰은 인체에 대한 관찰 뿐만 아니라 질병의 원인에 대한 관찰로 확대되고 있으며 동시에 치료에서도 나노입자 수준의 로봇이용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양의학과는 달리 한의학은 여전히 원전에 기록된 기준이나 관찰 방법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기계적 관찰을 위한 도구개발에 소극적이고 심지어 부정적인 인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의학의 대표적인 진단방법으로 알려진 맥진은 한의사의 손가락 감각에 의존하여 혈관 박동상태를 통해 인체 상태를 진단하는 방법인데, 맥진을 객관화하기 위한 도구인 맥진기 개발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물론 새로운 현대기기를 한의학적인 이론이나 임상결과를 해석하는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결과 해석에 여러 가지 혼란이 존재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감각에 의존한 관찰은 물론 주관적이고 재현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비록 과학적으로 해석되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지진예보에 이용되는 도구가 아무리 첨단화되어도 동물들의 본능적 반응이 지진예보에  더 큰 도움이 된다거나, 수련을 통한 감각 능력 향상으로 환자의 상태를 의사가 직접 몸으로 느끼고 반응함으로써 진단에 활용하느 등의 예들은 도구를 이용한 관찰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감각적인 관찰 경험의 누적은 직관으로 이어져 유능한 한의사의 직관은 도구를 이용한 관찰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물론 이러한 경우가 한의학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며 경험을 중요시하는 기술 분야 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종이를 전자저울로 계량하지 않아도 종이를 오래 취급한 사람은 손가락으로 만져보면 몇 파운드자리인지 알 수 있다거나, 비파괴검사기라는 첨단기기를 이용하지 않아도 망치로 두드려 소리를 듣고서도 균열이 잇는지를 알 수 있다거나, 머리카락이나 피부 상태만으로도 성격을 분석할 수 있는 등의 예들이 많다.

인간의 직관에 의한 관찰이 비록 현대 과학적 의미에서는 정밀성과 재현성 을 유지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도구를 이용할 때 해당 도구의 한계 내에서 정밀성과 재현성이 유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직관의 한계범위 안에서는 정확한 관찰 결과라 할 수 있다. 다만 관찰 결과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밀성과 재현성도 높일수도 있을 것이다. 육안이나 직관에 의존한 관찰결과아 경험은 소중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연구의 자료가 되는 고전 이론의 기준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의학과 서양의학 관찰 방법론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우주와 인체를 바라보는 시각,즉 동양 철학과 서양철학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서양의 경우는 17세기 데카트르 이후 신체와 정신을 분리하여 정신은 종교의 영역에 맡기고 신체는 과학의 영역에서 다룬다는 원칙을 정립하였다. 이에 따라 시계를 조립하고 수리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신체 역시 부분의 이해 및 교정을 통해 전체 기능의 유지가 가능하다느 시각, 즉 신체역시 기게와 마찬가지로 물질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기계론적 인간관이 성립하였다. 그러므로 마치 기계 부품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각 기능을 파악하듯이 신체 역시 구조물 하나하나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하고, 또 해부학적 분석에 근거한 기능 파악에 초점을 둔 해부생리학이 필연적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동양의 경우는 서양문물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까진 우주와 사회와 인간의 생성및 운영원리가 하나라는 통일적 관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자연계가 하나의 통일성을 이루며 유기적으로 작용하듯이 인간은 몸과 마음을 분리하거나 몸의 일부 혹은 마음의 일부를 따로 분리하여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즉 인간은 부분과 부분의 단순한 합이 아니므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일종의 유기론적 인간관이 유지되었다.

그러므로 구조물의 부분적 이해보다는 여러 구조물들의 작용 결과의 합,즉 자각및 타각으로 인지할 수 있게끔 드러나는 현상이 중시될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부분적 해부생리학을 중시하는 서양의학과는 달리 한의학은 인체 전체를 하나의 구조물로 보고 거기서 발현되는 현상을 중시하는 소위 기능중심의학으로 발달하였던 것이다. 오늘날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현저히 다른 모습으로 각각의 의학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철학적 차이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비록 근본 철학의 차이와 이에 따른 구체적 실천 방법의 차이가 크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완전히 융합할 수 없는 별개의 체계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한의학과 서양의학 사이에는 아주 중요한 근본적 공총점, 즉 두 의학 체계 모두 '인간의 건강을 추구한다.' 라는 공통 목표를 가지고 있고, 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간의 몸과 마음'을 대상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처럼 공통 목표와 공통대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두 의학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을 공동으로 논의해 나가는 것이 각 의학 체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국민 보건 향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자연과 인체를 하나로 보는 근거

한의학과 관련된 책을 보면 흔히 자연은 '대우주', 인체는 '소우주' 라거나 '자연과 인체는 하나'라고 표현이 나오는데, 이런 표현들을 보면 한의학 서적은 세포로부터 시작하는 서양의학서적과 달리 마치 철학서적과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서양의학은 식물학과 동물학으로 대분류되는 생물학 중에서 동물학,동물학 중에서도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으로 분류된다. 서양의학의 인식방법이 인체를 각 부분으로 분석한 뒤 전체를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서양의학서적은 세포,조직,기관의 순으로 내용을 기술 한 뒤 순환기계,호흡기계,소화기계,비뇨생식기계,뇌신경계,호르몬계 등으로 묶어 인체를 설며한다.

그런데 한의학은 자연과 인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근거로 기를 설정하고 자연과 인체의 관계를 동등하게 본다. 즉 우주의 탄생과 인류의 탄생을 같이 취급하고 또 우주의 소멸과 사람의 죽음을 함께 설명한다. 그리고 인체를 관찰하는 기준이나 자연을 관찰하는 기준의 구분도 없다. 이러나 표현이나 설명과정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기,음약, 오행 등이다. 음양이나 오행조차도 기준이나 설명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사물을 구성하는 성분 혹은 부분으로 해석하는 경우에는 결국 기 개념에 포함된다. 따라서 자연과 인체를 하나로 설명하는 저변에는 결국 기라는 개념이 있다. 음양오행으로 자연과 인체를 관찰하기 때문에 둘을 동일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나 인체가 모두 기로 구성 되었다고 보거나 혹은 그 자체가 기의 변화라고 보기 때문에 자연과 인체를 하나인 것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시간과 공간으로 관찰되는 우주도 모두 기로 이루어져 있따고 보며 우주의 모든 변화도 바로 기의 변화로 본다. 이처럼 우주의 탄생을 기의 이합집산으로 설명하고, 나아가 사람 역시 자연에 속한 기의 일부로 보아 기의 이합집산으로 보는 방식이 바로 자연과 사람을 함께 보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생명현상을 설명할 때 자연의 기로 생명을 유지한다고 보는데, 자연인 하늘과 땅의 기, 즉 하늘의 기인천기와 땅의 기인지기를 받아들여 생명유지에 필요한 기운을 만들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때 천기를 공기,지기를 수곡지기로 표현하는데 이를 서양의학으로 재해석하면서 공기는 산소,수곡지기는 음식물의 영양소라고만 국한시키면 원 의미가 상실된다.

천기에는 비단 공기 중의 산소뿐만 아니라 대기환경 및 일사량 등이 모두 포함되고, 지기인 수곡지기에도 영양소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음식물을 보고,냄새 맡고, 맛보는 등의 감각 자극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서양의학에서는 인체 생리대사에 필요한 물질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정작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른 요소는 마치 생명과 무관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 리고 지기를 수곡지기에 국한 시키지 않고 땅의 기운인 주거에 필요한 공간적 의미까지 고려할 경우 결국 천기와 지기라는 표현에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가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또 한의학에서는 신체와 정신을 같은 범주에 포함시켜 하나의 장부에 신체적인 요소와 정신적인 요소를 결부시켜서 설명하고 치료 방법도 동일한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기라는 개념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감정의 변화가 특정 장부에 영향을 미치고 특정장부기운의 과불급이 격한 감정의 변화로 나타난다고 보는 장부와 감정의 상호관계에 대한 해석도 마찬가지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기준 때문에 신체 내에서 일어나는 물질적 생명현상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는 서양의학과는 달리 한의학에서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신체 내외의 모든 요소를 동시에 고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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